열린음악회녹화구경230609
방송국 야외 행사가 있으면 조명 장비로 행사장을 빛내는 일을 하시는 박선생님에게 한 번 쯤 공연 행사를 구경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다.
지난달에 점심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을 때 박선생님이 '열린 음악회'를 춘천에서 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구경하러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 왔다. 당연히 '구경하고 싶다'고 말한 후 대략적인 일정을 계획했다. 계획이라기 보다 박선생님의 일정에 끼이게 되었으므로 그냥 따라 다니면 되는 것이었다.
오늘이 약속한 춘천으로 가는 날이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1박2일로 간단한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아침 뉴스 일기예보에서 토요일 오후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바람과 우박 돌풍 등을 예고했었다. 강원도 지역은 강우량이 경기도보다는 적으나 전국적인 비 소식이었다. 우중 행사라...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할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을 마치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금요일 오후에 춘천으로 가는 이유는 저녁 숙박을 춘천이 아닌 화천에서 하기 때문이고, 방송용 조명 장비는 미리 설치를 해야되기에 박선생님은 춘천에서 작업 중이라, 저녁에 춘천 행사장에서 만나 화천으로 같이 넘어 가 숙박하기로 계획이 돼어 있었다.
그리고 토요일에 다시 춘천으로 와서 공연 리허설과 공연을 관람하는 일정이다.
난 공연보다는 리허설과 공연 준비 등 무대 뒤를 구경하고 싶었다.
일을 마친 후 용산역에서 18:56 춘천행 ITX를 탔다. 1시간 20분 후 신춘천역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 타고 춘천수변공원으로 갔다.
날은 이미 어두어져 주변은 깜깜했고, 공연 조명이 반짝거리고 있었으나 공원 길가에는 행사용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 입구를 찾기 힘들었다. 간신히 들어간 행사장은 이미 무대 준비가 끝나고 조명 리허설 중이었다. 무대와 조명 장비, 음향 장비 등등으로 꾸며진 무대는 큰 건축물 처럼 보였다.







화천에서 숙박 후 다시 춘천 행사장. 무대 맞은 편 정면에 앉아서 편하게 리허설 관람을 했다. 가수들이 복장은 편하게 했지만, 노래는 건성으로 하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마이크나 음향에 대해 제작진과 의논하는 모습도 보였다. 말이 리허설이지 실제 공연이나 다름없었다.

















편성표와 좌우 화면에 나오는 가수를 비교해 알아보자. 대부분 모르는 꼰대. ㅠㆍㅠ



















본 촬영 후반기 중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 본방송에서는 최백호 가수의 순서에서 처음에는 없었던 천막이 중간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대 뒤 공연을 위한 전체 스텝들과 장비 시스템 조화를 볼 수 있었다. 문외한의 눈에도 전쟁터같은 풍경이었다. 더구나 3개월 전에 짜여진 스케쥴에 촬영 당일 느닷없이 끼어든 폭우는 공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공연장 관중석의 물빼기 작업, 비로 불편한 관중들을 달래고얼래서 질서 정연하게 입장시키는 관리 요원들과 진행 요원들은 오래전에 리허설을 했었듯 능수능란했다. 가수들도 리허설을 마치 본 공연을 하는 듯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모습도 보았다.
인생도 한 번이라도 리허설을 할 수 있다면 본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잘 마무리된 리허설이지만 본 공연에서 비가 마구 쏟아져 모두를 당혹하게 만든 것처럼, 인생에서도 예고없는 상황이 느닷없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 취업, 건강관리 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관리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살아간다. 계획, 즉 미리 리허설을 하는 샘이다.
하지만, 인생 리허설이 잘 짜여지고 보기 좋아도, 몸으로 부딪혀 사는 현실에는 조그만 변화가 계획된 인생의 경로를 바꾸기도 한다. 계획대로, 리허설대로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리허설에서 격지 못 한 상황은 지난 경험으로 헤쳐 나갈 수 밖에 없다.
지난 인생 경험이 인생 리허설인 것이다.
본 인생은 항상 오늘이다.
내일은 리허설없는 내일의 인생이다.

화천 펜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