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자전거 산책
夢乭
2020. 9. 13. 19:06
아들놈이 타다가 팽게쳐 딩굴고 있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기 연습을 하고, 근처 양재천에 나가서 아장아장 타던 때가...
그후 주말에 몇 번 타다가 차츰 거리를 늘려 양재천을 따라 가다가 탄천을 거쳐 한강으로 나갔었지...
몇 개월을 그렇게 한강으로 나갔다가, 추운 날씨로 중단했었다.
그후 자전거 타기는 잊고 지냈고, 자전거는 결국 아파트 관리실에서 미신고 자전거 처리하는 와중에 휩쓸려 없어져 버렸다. 자의반타의반으로 자전거는 타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는 탈 줄 알아도 능숙하게 타지는 못 한다.
올 들어 코로나 이유로 검도장에도 못 나갔다. 혹시 내가 감염원이 될까봐... 병원이 그래도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혹시 나로 말미암아 관원들이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도장 출입을 삼가한 거다.
그래서, 집과 병원을 왕복하는 생활 패턴을 몇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물론 간단하게 볼 일이 있는 경우는 퇴근 후 잠시 들러 일 보기도 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일과를 폐쇄적으로 보낸다는 말이 맞다.
병원에 갇혀지내고, 집에서는 누워 빈둥거리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래서 몇 주전에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여 주말에 다시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을 나갈 계획을 했었는데, 자전거를 사자마자 장마가... 날씨마저 안도와주네...
어제도 날씨가 꾸물거려서 집에서 누워 시간 보내다가, 오늘 화창한 날씨에 무작정 자전거를 밀고 양재천으로 나왔다. (밀었다 함은 사람들이 많은 인도에서 타다가 충돌을 걱정해서... 초보의 심정이 이러하다... ^~^)
드디어 양재천에 도착하여 (양재천 산책로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로 나눠져 있다.)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 보니 예전처럼 아장아장 타진다.
갑자기 왼쪽 옆으로 한 무리의 라이더들이 휙휙 지나간다.
전에도 이런 경우 놀래서 브레이크를 잡고는 탄성에 밀려 몸이 휘청거리다가 옆으로 넘어진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바짝 쫄았지만 내 갈길을 가고 있어서 몇년이나 지났지만 몸은 아직 기억을 하나보다... 그리고 안전 헬멧도 쓴터라 심적 안정이 된 모양이다.
그래도 주행 중 주위 사물은 눈에 잘 들어 오지 않고, 귀는 뒷쪽에서 오는 자전거 소리를 듣느라 정신이 없다.
얼마 달리지 않았지만 많은 자전거가 휙휙 추월해 지나 간다.
내가 얼마나 천천히 가기에...?
내가 옆길에 산책하는 사람들을 지나 달리는 것을 보면 나도 나름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추월해 나간 사람들이 베테랑들이거나 좀 과속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갑자기 자전거 소리도 아닌 것이 바퀴 굴러 가는 소리를 내면서 나를 추월하는 것이 있었다.
조금 전에 내가 지나온 세바퀴 퀵보드였다.
대략 6-7살 되어 보이는 꼬마가 열심히 발을 박차고 나를 추월한다.
이것봐라...
삼발이에게 마저 추월을 당하다니...
페달에 힘을 불끈 주고 다리를 저었다.
역시...
내가 다시 조금 앞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 애X끼가... 더 발길질을 하면서 나를 쫒아 오다가 급기야 추월을 하려고 한다.
그것도 내 왼옆에 바짝 붙어서...
''야! 가까이 오지마!''
''예?''
마스크를 쓰고 말하니 잘 안들리는 모양이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예? 왜요?''
''다친다...''
''왜요?''
''나 초보야!...''
삼발이는 속도를 줄이고 뒤로 빠졌다. 내가 큰 소리를 질렀는지 악을 썼는지 어쨌는지 모른다.
지금 양재천 주위 휴식처에 앉아 고민하며 글을 쓴다. 다음 주에도 자전거 타러 나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