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기억도 잘 안나는
3단 첫번째와 두번째 심사
이제 삼세번이라는 말 그대로
세번째 3단 심사 응시
얼굴부터 발 아래까지
감각이 이상하다
저릿한 느낌이....
마치 몸이
주변 공기와 격리된 듯하다
앞서 치룬 연격과 상호대련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어
본과 본국검법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본과 본국검법은 2단 심사에서
한번씩 trauma를 가진 부분이다
마침 연격과 상호대련의 결과로
전반부 탈락자를 걸러내던 관행을
오늘 예외적으로 없애고
본과 본국검법을
연속적으로 실시하니
앞서 부족했던 심사자들은
만회의 기회로 삼으라는
진행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환호.....
다들 가슴을 쓸어내리는 듯하다
돌이켜보니
연격시 어깨에 힘을 빼지 않은 듯하고
상호대련시 큰 효과적인
유효타격이 없었던 것 같았다
옆자리에 머리 하얀 연세 지긋한 심사자는
...또 캐나다에서 비행기 타고 와야 하나....
라고 한 숨 쉬던 모습이
이제 자뭇 진지한 자세가 된다
모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심사란 이런 것이다
잘 했던 잘 못했던
어느 부분에서나
불안 요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좀 더 나은 심사결과를 기대하면서
다들 얼굴을 굳히는 것이
내귀에 소리로 들린다
시작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몸은 반사적으로 굳어 버린다
잠시 멍해지는 느낌이
온 몸을 감싸고야 만다
심호흡을 하고
심사위원 자리와 상대방에게
순서대로 인사를 하고
앞으로 나가 칼을 뽑았다...
선도다.....
후도보다 선도가 더 유리하단다...
머리에 순서를 되집에 가며
천천히....
9보 거리 유지....
존심을 항상 유지....
강약 유지....
기합은 아랫배로 내벧는다....
1 본....
좌상단....
왼발부터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얍~!
허리를 굽히지 말고
칼을 눌려쳐라
그러면 자연히 허리가 굽어지면서
하단세가 된다
성공.....
존심 유지하며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끝났...다.....?
어?...저 사람...
왜 저래?...
저리 멀리 나가면...
9보유지를 어떻하려고?....
상대는 처음 자리보다 뒤로 물러서 있다
나도 내 자리를 돌아 가지 못하고
어쩡쩡하게
내 자리보다 앞에 선 느낌이다
단지 느낌일까?.....
2 본
하나 둘 셋...
역시... 팔을 좀더 살짝 더
내밀어야 했다...
심사위원들이 눈치 챘을까?
평소 연습과 다른 느낌때문일까?
온몸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끝내고 풀어칼....
뒤로 5보...
어?.... 저 사람이... 또?...
내가 잘 못 보나?....
뒤로 5보가 조금 주춤거리게 된다
원래 자리보다 앞선 느낌이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볼까?
3 본
그냥 가자.....
역시... 하단에서 올라오는 칼이
멀리서 올라 온다...
상대방이 걸음을 좁게 나왔던지..
아니면 내가 좁은 걸음이었던지...
혼란스럽다....
할 수 없이 길게 찌름....
평소와 다른 찌름 느낌이다...
흔들린다 ... 이 3 본에서...
어떻게 돌아 왔는지 모르게
선도자리에 서있다...
4 본
음세 우어깨칼에서
앞으로 나가고
상단..
머리까지 치고... 멈추면...
아.....이런
상대의 칼이
내 코등이를 치고야 만다....
상대의 당황하는 얼굴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칼을 내리면서 누름과 찌름....
이런....상대방은
칼을 걷어 올리지 않고
칼만 돌려 빠져 나간다...
마치 허공을 누르면서
찌르는 듯하다...
결국 예상치 못한 자세가 된다
허리가...오른 무릎이...
무너졌다
아.... 눈치챘을까?
알거야.. 심사위원들은....
5 본
존심유지와
좌상단의 짧은 머리치기...
무난하다... 휴
9보유지만....
6 본
마음에 안드네..... 저 사람...
어?.....악!!!!
좌상단인데.....
이건.... 소도 2본....
결국...
삿된 잡생각이 일을 저질렀다
머리가... 생각이 멈추었다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손이 머리와 코를
연신 끍고 문지른다
상대방은 눈을 크게 뜨고
계속 하라고 쳐다보고 있다
겨우 ... 칼 맞추고
본을 마무리.....
7 본
기억이 없다...
어슴푸레하다
소도 1, 2 본
어떻게 했던거 같다
소도 3 본
몸은 앞으로 나갈 리듬이다....
아차!!!!......
후도가 칼을 내리지 않았다
후도의 칼내림 동작을 기다리지 못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갔던 발을 되돌린다....
........
정신차리니....
옆자리 사람들이 자리로 돌아 가고 있었다
나도 그 중에 끼어 있으나
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상대방과 심사위원에게 인사했는지....
그것 조차도 기억에 없다...
휴식시간을 보내고
본국검법 차례가 시작되었다
노인부의 초반부 시작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는 텅 빈 채....
주변의 순서에 움직임에 끌려 다닐 뿐이다
드디어 내 차례의 심사다....
뒤에서 두번째....
시작...소리와 함께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힘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다
몸이 움직이는 대로
칼을 휘두를 뿐이다...
한 순간...!
곁눈에 들어 오는 주위의 사람들..
내가 1-2 칼이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어?... 내가...빠르나?
뭘 빼먹었나?.....
그러는 순간...
칼을 멈추고야 말았다....
좀 전에 내가 어디까지 칼을 휘둘렀지?
머리가 하얗게...
눈앞에는 얼룩덜룩한 점들이....
이제... 옆 자리 사람들이 백원출동을 한다..
겨우 후일격과 후일자 향우방적을 이어서 마저하고...
여차저차 시우상전을 끝 맺었다....
칼을 왼손으로 옮길 수 없었다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입에서는 쓴 웃음만 새어 나온다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자리로 돌아 가니...
관장님은....
마악...밖으로 뛰쳐나가는 듯하다
미안했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문옆 벽에 기대어 종료 식순을 기다리다가
진행선생님의 호출을 들었다
나 포함 4명이 불려 나갔다....
본국검법의 재시험...
별 기대하지 않았다
재시험에 잘해도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고
그런 경우도 드물다고 들었었다
'내가 앞에서 작게 순서를 불러 줄테니
따라하면 될겁니다... 그러면 되겠죠?'
진행 선생님의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어이구... 그렇게나....
하지만 '시작' 소리와 함께 불러 준다는 소리는
아예 안들렸다
조그만하게 소리를 냈고 난 오른쪽 맨 끝이라....
그냥 크게 심호흡을 하고 칼을 뽑았다
이왕 이렇게 된거....
크게 칼을 흔들어 보자...
내가 생각하는 본국검법을 해보자....
이제 입으로 순서를 외우며 ...
지검대적...
강약을 주면서...
속도조절과 큰 몸동작....
그냥 순서대로 흔들 생각이 없었다....
순서만 틀리지 않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접었다....
칼에 바람을 넣었다....
마지막 향우방적은 ....
뽑은 칼을 목에서 감아 몸을 뒤로 돌리면서
힘끗 휘둘렀다....
....시우상전...얍!!!.....
다시 허무한 생각이 머리에 떠 오른다...
납도 후 심사위원들에게 인사하고
돌아 나왔다....
바로 문밖으로 나와 숨을 골랐다
관장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겨우 입을 열었다
열심히 했는데... 안됐네요....
다음에 기대해봐야죠...
후배 예솔이의 안타까운 위로말도 들린다...
잘 하시다가...
....
...
그렇게 하루가 흘러 갔다
..
.
검도 심사 어떻게 됐어요?
월요일 점심시간에
옆에 앉은 병원장이 묻는다...
큰 실수를 3번이나 하는 바람에 떨어졌어요....
에구 저런.... 5수에는 될꺼예요....
샘!!!...지금이 3순데.....
........
화요일 오후
마취를 하는 중
문자가 왔다...
마취를 마치고 수술준비가 완료되자
별 생각없이 문자를 확인하는데....
관장님의 희소식을 알리는
합격자 수수료 납부 알림....
흐흐흐....
그래 ... 역시 내 칼은 3단 칼이야....
2단 8년차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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