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40917秋夕

夢乭 2024. 9. 18. 03:34


매년 명절에는 바빴었다. 친가와 처가가 모두 부산에 있기 때문에 명절에 양가를 오가야 했는데, 부산과 서천으로 다니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그리고 서울발 부산행 교통편을 구해야 하는데 그것이 만만치 않아 힘들기도 했다. 명절 기차표는 명절 1 달 전에 일정 기간 중 지역에 따라 지정된 날짜에 예매를 시작한다. 그래서 접속이 별 따기라 포기하고 며칠 후 취소표가 나올 때를 노려 표를 예매하곤 했었다.
그래서 매진된 시간의 기차표 중 일부가 취소되는 경우에 운 좋게 낚아 챌 수 있으면 혼자라도 훌쩍 다녀 와야 했다. 새벽 일찍 표가 나오는 경향이 많아 그런 취소표 1 표 정도는 어떻게든 구하기는 하는데, 대략 2~3 주간 시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명절 당일 날 기차 귀경표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 확정하기 어려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고속 버스를 예매하는데, 기차에 비해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올해는 그나마 덜 바쁜 편이었다. 올해부터 형님의 유언에 따라 제사를 없애고 명절 전 1주나 2주 전에 추모 공원에서 성묘를 하는 것으로 하고 명절에는 각자의 계획대로 지내기로 했다. 어짜피 세월이 흐르면 각자 명절 지내기로 분가가 이루어 질 것이다. 명절과 관계없이 형제들 만이라도 간단한 추모 여행을 하는 것이 더 나은 행사라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성묘 후 형제들 만의 1박2일 여행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 형님 생전에는 명절 이외에 년 2 회 가량하던 형제 여행을 이제는 명절을 앞두고 시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 구정부터  부곡 하와이를 다녀 온 것으로 추모 여행을 시작했었다.
올 추석은 2주 전에 이른 성묘를 하고, 산청과 진주를 돌아보는 간단한 여행으로 추모 행사를 이미 마쳤다.
그래도 눈치로 봐서는 형수는 따로 명절 제사와 형님 기제사를 혼자서라도 지낼 기색이다.
여동생은 어짜피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야하니 딱히 따로 제사나 성묘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나, 그동안 부모님 기제사에는 꼬박 참석을 했으니, 제사를 접는다는 것에 섭섭해 할 줄 알았으나 덤덤히 받아들였다.
막내도 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추석에  따로 식구들끼리 성묘를 할 듯하다. 부모님 생전에 막내라 끝까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걸 잘 아는 듯 하다. 그리고 막내가 제일 살뜰하게 부모님 곁에서 소통을 해 왔었다. 그래서 수시로 조카들을 데리고 추모 공원을 다니고, 성묘와 제사에 정성을 보이는 듯 했다.
어쪄랴. 형님이 없앤 제사는 말 뿐이고 각자 자라오면서 몸에 익은 제사 행위를 떨칠 수가 없나 보다. 그렇게 추모를 굳이 제사라는 행사가 아니라도, 각자가 하고픈 방법으로 추모를 하면 된다고 난 생각한다.
명절에 처가는 항상 오후에 들렀다가 귀경하는 것으로 지내 왔었다. 이제 올 추석에는 오전에 바로 처가를 들리게 되어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되었다. 인사드리고 느긋하게 귀경하면 될 일이다.
아직 장인은 건강하게 계신다. 올해에 구순이시나 정정하시다. 그래도 몇 년 전부터 부쩍 요양 병원이나 실버타운 등등에 관심이 많으시다. 주변 친구들이 한해 한해 갈수록 줄어들어, 바깥 나들이하는 낙이 없다고 하시며, 요즘들어서는 낙상으로 손상을 입을 걸 염려해서 바깥 나들이 마저도 줄였다고 말씀하신다.
장모님도 당뇨 등 지병이 있지만 오랫동안 관리를 하면서도 잘 지내신다.
이제 본가의 명절 제사가 없으니, 처가 나들이가 내 명절 행사가 되었다.
장인은 9 남매 중 막내라 제사도 없고, 오래 전부터 집안 제사에 참석하지 않으셨다. 고향이 충청도 서천이라는데, 연세 듦에 따라 제사 모시려고 오가는데 있어서 체력적으로 부담스럽고, 위로 계시던 형님들이 세상을 버린지 오래라 조카들만 있어서 일찌감치 참석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나 시대 흐름 변화에 따라 세대별로 각자의 명절은 분리 분화를 거쳐 새로운 명절을 각자 만들어 내는가 보다.
요즘 명절 연휴에는 해외 여행을 가는 인파로 공항이 미어터진다고 뉴스에 나온다. 내 주위에도 제사를 지내는 대신에 가족 여행을 다닌다는 사람이 있다. 명절 지내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물론 대다수는 아니지만, 그런 경향은 최근 더 증가하는 추세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장인과 명절에 나누는 이야기 거리도 해 마다 달라진다. 손주들이 성장함에 따라 이야기 주제가 따라 바뀌는 것이다.
이번 추석에는 처음으로  손주들 결혼이나 연애 이야기도 나왔다.
''자네 조카들은 결혼을 했나? 나이가 좀 되지?''
''밑에 딸애가 결혼했고 이제 임신 4개월(?) 쯤 됩니다. 큰 애는 외국으로 출장 다니느라 연애가 안된데요.''
''큰애가 머슴아지?''
''팀에서 총각이 혼자라 해외 출장을 도맡아 맏기나 봐요.''
''**(외손주)는 연애를 하는데, 일본 아가씨란다. *서방(아랫동서)이 소개받아서 한번 봤다고 하던데, 인물이 과히 좋지 않아 썩 내켜하지 않는가 보더라.''
옆에 앉아 계신 장모님이 끼여들었다.
''연애한다고 다 결혼하는 것 아니니 크게 신경쓰지 마세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일본 사람들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같아요. 특히 한국 총각들이 일본 아가씨에 대해 적극적인 경향도 있어요. 뭐... 안 예쁘도 심성이 좋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일본 아가씨들은 한국 아가씨들보다 나긋나긋하다잖아요.''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최근 경향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자네 @@(내새끼)이도 장가 갈 때 되지 않았어? 올해 몇 살이지?''
다시 장인 말씀.
''갠 아직 관심도 없어요. 얼마전에 물어보니 여친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당신이 중매 좀 서봐.''
장인께서 장모님 어깨를 두드리신다.
''아이고... 놔 두세요. 요즘 애들이 선보고 어쩌고 하질 않아요. 연애하다가 서로 마음이 맞으면 결혼하고요. 남자나 여자나 서른 훨씬 넘겨 결혼하는 추세더라구요. 냅두면 알아서 장가를 가던가 연애를 하던가 하겠지요.''
내가 손사래 치며 말을 끊었다.
''혹시 사귀는 아가씨가 있을 지도 모르잖아?''
장인 말씀에,
''연애라도 하면 좋겠는데, 갠 저거 애비 닮아서 연애도 잘 못 할 겁니다.''
남 말하듯이, 장담하듯이, 속을 본듯이, 딱 잘라 말한 것이다.
''에그... 공부만 하다가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선보고 그만 덜렁 결혼해가지고...''
내 신세 한탄을 나도 모르게 멍하게 내뱉자 마자 장인 얼굴이 눈에 확 들어 왔다.
딸 도둑놈이 이제 몹쓸 놈이 된 순간이었다.

TV 뉴스에는 부산 서울 구간 고속도로 귀경 예상 시간이 10시간 30분으로 아나운서가 말하고 있었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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