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새 집행부의 올 해 첫 모임. 많은 회원이 모였다. 13명... 20년 후에는 서너명이 모여 2025년의 13명 모임을 그리워 할 것이다.
얼큰이들 사이에서...양산 민호집에서 눈을 떴다.아침 이른 시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몰려드는 차량이 많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절로 가고 있다.주차장 인근에 있는 하마비.사찰에 해태가... ㅎ 스님 왜 이러세요.영축산, 영취산... ?천왕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홍매화가 폈네."소리에 옆문을 통해 한 무리 사람들이 홍매화 주위를 둘러 싸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다른 건물 옆에도 홍매화가...한 귀퉁이에 서있는 아직 여물지 못 한 홍매화는 그냥 홀로 남겨져 있고, 사람들 관심도 없다. 하지만 곧 꽃 망울을 펴는 날, 구름 인파가 몰릴 것이다.대웅전의 단청이 보이지 않는다.두가지 양식의 지붕이 비대칭적으로 얹어져 있어 독특하다.자세히 보니 단청 흔적이 보인다. 단청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씻겨져 옅어진 것이다.대웅전 안에 불상이 없고, 불전을 향해 신도들이 절을 하고 있다. 그 자리에 진신 사리가 있으니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사진 한장을 찍자마자 옆에 있는 보살님이 사진 찍지 말라고 눈을 부라리며 제지를 한다. 작은 목소리지만 날카롭다. 얼른 나오며 보니 옆에 촬영 금지판이 있네. 그것을 못 보고 들어가 사진을 찍었으니... 요즘 사찰에서도 커피를 팔고 있다. 대기 번호판은 종이 골판지였다. "이거 '비~잉' 소리가 납니까?" "ㅋㅋ 멀리 가지 말고 근처에 계세요. 부를거예요." 다섯 발자국 거리에 떨어져 기다렸다. 잠시 후 "7번 손님 커피 나왔어요." 얼굴을 빤히 보고 부른다. 번호판을 왜 줬는지 모르겠다.커피잔을 들고 따뜻한 햇볕에 잠시 몸을 녹이고... 점심은 언양에서 먹기로 했다.언양의 유명한 시래담은 대기 시간이 2시간이 넘어 포기하고.인근 언양불고기집에서.
II 아침 일찍 재근이가 문자를 넣어 왔었다. 어제 모임에 참여하지 않아 섭섭했는데, 집사람 대학 편입으로 여기저기 내조하려다보니, 모임에 참석하기가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집사람의 대학 3학년 편입을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식사 자리를 만들겠단다. 하지만, 통도사 관람 후 부산으로 돌아가더라도 시간 맞추기가 애매하여 점심보다 저녁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래도 부산에서 만나는 시간이 오후 4시라, 그 시간이 어쩡쩡한 시간이 되어 뭘 하기도 그렇고 뭘 먹기도 그랬다. 그래서 약속 시간이 모호한 사정 상 혼자 나온 재근이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래서 국제시장, 깡통 시장 등 주위를 관광하며 시간을 보내고, 최종 목적지는 자갈치 꼼장어 구이집으로 정했다. 그래서 예정된 저녁식사는 연탄구이 꼼장어이다.
어쩡쩡한 시간대에 갈 길 잃은 영혼. 깡통시장 앞에 얼쩡이다.국제시장에 있는 영화 '국제시장'의 꽃분이네 촬영지. 지금은 커피와 호떡을 팔고 있다.'아메리카노와 꿀호떡' 세트 상품.시간 때우기 위해 용두산 공원도 올랐다가...광복동 골목길을 거쳐...부산극장 앞에 있는 씨앗 호떡 가판대를 지나서...길건너 자갈치 시장으로...어디더라...?주인이 반기는 걸 보니 재근이는 이 가게 단골인걸 알겠다.서글한 주인은 가게를 30년 이상 꾸리고 잘 살았는데... 올해 6월이면 옆에 새로 지은 상가로 자리를 옮긴단다. 새 가게의 임대료가 높아서 걱정이 많네...연탄구이 장어가 양이 많네...기타를 든 가수가 가게 앞에 섰다. "여기가 맛집입니다. 맛있는 음식 드시고, 행복하시기 바라면서, 노래 한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지나가는 오부리인줄 알았는데. 노래 후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주머니에 팁을 넣어 주자 가수가 내게 뭘 물어 보는 것이다. "올 해 연세가? ... 오... 62년생이면... 음... 제가 61년 생이니 형이네요. ㅎㅎ... 혹시 가수 함중아를 아세요? 그 그룹의 막내가 접니다. 그룹 8인조 중 형님들이 술을 좋아해서 술로 죄다 돌아가시고, 지금 저만 남았네요... 주신 @원은 천만원 같이 제게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되십시오." 가수가 떠난 뒤 주인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저녁에 인근 가게들을 그렇게 다니며 노래를 한단다. "틈이나면 서울가서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 잘 안되는 모양인지, 저리 지내다 서울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또 서울 가고... 그러는데..., 잘 안 풀리나봐. 오늘은 CD를 안주고 그냥 가네. 자기가 부른 노래 CD를 답례로 주거던." "아주머니께서 대신 받아놓으시면 다음에 저희가 와서 찾아 갈께요." 한 시절을 풍미했던 그룹의 끝자락을 자갈치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여기 계산요. 꼼장어(5만원)하고, 사이다 1개, 볶음밥 1 개..." "5만원..." "우리 더 마이 묵었는데요." "뎄다...마..." 가게 벽면을 가득 채운 낙서.뽀빠이 이상용이 처음으로 사인을 남긴 후 손님들이 낙서를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곤 세월이 흘러가면서 만들어진 현재 낙서판이다.어제(25.3.8) 마동석이 다녀가면서 남긴 사인이란다. '이모, 나중에 또 올게요.' 마배우가 빡빡한 낙서벽을 보고 "어디에 사인해요?"라고 물었다네. 주인 아주머니가 그냥 공유 사진에 사인을 남기라고 했단다. 잘 생긴 얼굴 옆에 사인을 해야 그나마 눈에 띄인다고...꼼장어 장사는 11시까지 한다는데, 시장은 이미 텅 비었다. 겨우 오후 7시 40분경인데...못 보던 아지매.횟집 거리도 마찬가지...다시 발길을 돌려 추억의 음식을 찾아서 완당집으로...에구... 다음에 와야지... ㅠㆍㅠ 오늘 2만보 이상 걸었을거라는 재근이의 말에 커피 한잔하며 쉬다가 기차 시간에 맞추어 움직이기로 했다. 가게 키오스크 앞에 일본 아가씨가 주문 결제 도중에 카드 인식 문제로 한참 버벅거리다 결국 현금 결제를 한다. 남포동 이디아 커피점에는 반일 키오스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