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이화장을 찾으며

夢乭 2021. 5. 5. 22:12

 

 

 

서울의 성내에는 대표적인 3대 '장'이 있는데, 백범 김구의 경교장, 우남 이승만의 이화장, 우사 김규식의 삼청장이다.
네이버를 찾아보니, 삼청장은 현재 청와대 경내에 있다고 하여 공개 불가한 곳이고, 이화장은 예약 후 방문할 수 있는 개인 박물관이다. 그나마 경교장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경교장을 거쳐 이화장으로 가는 길을 경로로 나들이를 계획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또 도중에 변수가 있으면 중간에 쉬어 갈 생각으로 일찍 나선 것이었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도착한 경교장. 네이버에는 특이한 소식이 없었건만, 코로나와 주변 공사로 관람 불가 상태였다.
네이버 네이년...
아쉬운 마음으로 이화장을 향해 곧 바로 발길을 옮기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돈의문(서대문) 지역의 동네 박물관 행사장 안내 광고가 있었다. 어릴 때 추억이 되살아 나는 동네 박물관 행사였다. 지금은 사라진 돈의문 인근의 지역 박물관이지만, 아기자기한 체험 시설과, 지난 시절을 재현한 골목 거리가 낮설지 않게 반가웠다. 때마침 어린이날이라 온 동네가 애들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푸르른 5월, 화창한 날이다.

돈의문 행사 체험한 후 몇 걸음 옮기자 나타나는 '흥화문', 경희궁 터의 정문이 보였다. 조용한 고궁이라 관람하고 가기로 했다. 애잔하게도, 입장료도 못 받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의 궁궐인, 서궐 '경희궁'이었다. 바로 이어지는 서울시박물관을 마저 관람한 후 종각 방향으로 향했다.

서울의 거리를 걷다보면, 칼날같이 쏫아오른 빌딩 사이로 한양의 흔적을 나타내는 건축물이나, 각종 한양의 표지석을 여기저기서 보게된다. 그 중 이순신 장군과 관계되는 특이한 표지판도 있었다.

비각을 거처, 피맛골 길을 따라 인사동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방심한 틈에 거리의 서예가의 글을 강제(?)로 구입하게 되었다. 서예가는 어깨와 온 몸을 흔들면서, 장단과 추임을 넣어가며, 붓을 휘갈기고 있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생활 한복을 입은 중년의 부부 중 아주머니가 서예가에게 반갑게 말을 붙였다.
"아저씨가 써준 '언행일치', 그거 바로 요 앞 표구점에 맡겨 액자에 넣어서 미국에 있는 우리집에 쫘악 걸어 놨잖아요. 그게 몇 년전이었던가..?"
"오늘은 '인자무적'을 줄께 가져가."
"오늘은 다닐 곳이 많아서 못 들고 다녀요. 그때 5만 원을 드린 것 같은데..."
부부는 그냥 발을 돌려 자리를 떴고, 서예가의 눈은 옆에 물끄러미 서있는 나를 향했다.
"가져가."
"글을 어떻게 그냥 가져가요."
"그럼 형식상 돈 천 원 내던가..."
땅바닥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말에 발을 빼지 못하고 돈을 꺼내고 말았다. 물론 천원만 줄 수 없었다.

그럭저럭 이화장에 도착했으나, 예상대로 관람은 불가했으며 그나마 공사 중이란다. 옆길 골목 마냥 있는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 가니 낙산공원 입구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우남의 '경천애인' 비석이 길가에 세워져 있다.

공원 전망대에서 보이는 시가지는 고요해 보였다. 이어지는 성곽 순례. 성벽을 따라 걷자니 도중에 보이는 주막 벽에 그려진 벽화가 익살스럽다. 너무나도 정교하게 복사한 명화였다. ^~^

마침내 발아래 보이는 오늘 나들이의 마지막 종착지인 흥인지문(동대문).
의도치않게 서대문에서 동대문까지, 또한 경교장에서 이화장까지, 한양을 가로질렀다.

화창한 5월 하루 나들이는 이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