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처님오신날'에 병원도 휴진을 하는 바람에 출근하지 않고 오전 내내 누워 뒹굴면서 시간을 보냈다. 최근 무리하게 여행이랍시고 돌아 다니다가, 결국 몸살끼가 있어 몸이 많이 무거웠었다. 지난 토요일 두번째 여주 여행과 또 일요일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인천여행을 강행했던 결과였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수술이 많아서 바깥 날씨가 어떤지 모르게 지냈다가, 휴일 오전 늦게 눈을 떠니, 날씨가 화창한 것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이런 날씨에 여행을 다니면...', 생각이 들었다.
점심 쯔음에 지인의 전화가 왔다. 화창한 날씨에 집에 있지 말고 한강공원으로 나오라는 전화였다. 국수집에서 비빔국수를 배달시켜 줄 테니 맛 한번 보라는 것이다. 비빔국수에 홍어 고명을 넣어 맛이 별나게 맛있다고.
뚝섬유원지역에 내려, 7~8분을 걸어 윈드 써핑 교습장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마당에는 윈드 써핑을 오늘 처음 시작 한다는 회원이 육상 교습을 받고 있었다. 점심 식사 후 바로 물에 들어가서 실습을 한다고 들었다.
"이거 금방 배워요. 쉬워요. 몇 시간만 하고, 방향 전환만 익힌 후 물에 들어가면, 여기 사장님이 무선 장비로 요령을 알려 줘요. 그래서 즉각 자세 교정을 받을 수 있고, 타는 방법을 쉽게 익힐 수 있어요. 사장님은 30년 경력자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타세요. 진짜, 뻥이 아니예요."
이 지인은 검도장에서 운동하다가 만났고, 또 스킨스쿠버 강사를 내게 소개해 줘서, 내가 한 때 스쿠버를 교육받고, 강릉까지 가서 바다에 들어가 본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스쿠버는 접게 되었는데, 오늘 또 윈드 써핑을 은근히 권유하는 것이었다. 본인은 카이트 써핑을 시작하면서 바람이 적당히 부는 날이면 한강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난 손사래치고 말았다. 이 지인이 소개할려는 스포츠나 취미 활동을 다 할려면 내 몸이 못 견딜 것이다.
"그럼, 산악 오토바이 타 보실래요? 아는 분이 있는데."
"경비행기 함 몰아 볼라고 교육기관 알아보고 있는데, 같이 하실 의향이? 요즘 경비행기 가격 얼마 안해요."
"요즘, 저녁에 심심해서 색소폰을 새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같이 합시다. 교습비가 싸요."
이런 식으로 말하고 권하는 운동이나 취미 활동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 중에 스킨 스쿠바 바다 입수 참관 차 몇 차례 강릉까지 쫓아 다니다가, 급기야 꼬임에 빠져 공기통을 메고 바다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직접적인 스쿠바 사고는 아니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서 결국 스쿠바는 접게 되었지만, 계속했으면 한 겨울에 얼음 깨고 강 밑을 잠수하는 극한 체험을 매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쿠바로 끝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검도 하나만 잘 유지 할 생각이다. 이 지인에게는 빈틈을 보이면 얼렁뚱땅 꼬임에 넘어 갈 수 있어 항상 경계 중이다.
날씨는 화창했고, 비빔국수는 말대로 맛있었다.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했다. 식후 교습장 앞에 있는 그늘막으로 자리를 옮겨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다.
옆자리에 70넘은 나이에 수상스키를 즐긴다는 분이 앉아 있었다. 무릎이 많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쩔뚝거리면서 수상스키를 탄다는 것이다. 무슨 운동이던 마음이 한번 꽂히면, 열광하는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지인과 노인 사이의 대화가 예사롭지 않다. 시원한 한강변의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격은 둘 사이의 티격태격 전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귀를 즐겁게 했다.
어느듯 시간이 흘러 일몰 시간이 되었고, 마침 사장님 따님이 전철역에 내려, 데릴러 와 달라는 연락이 와서, 수상 보트로 픽업을 가는 길에, 전철역 수상택시 승강장까지 나를 태워 주겠다는 것이다. 얼른 모터 보트에 올라 탔다.
강물 위의 공기는 더 차가웠고, 물 냄새가 있어, 육지에서 보던 것과 싸뭇 달랐다.
"공기 냄새가 다르지요? 강물 위 1~2미터 높이의 공기가 건강에 좋은 거래요. 그래서 수상 스포츠가 좋은 거예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그럴듯 하다고 생각했다. 1분도 돼지 않아, 금방 수상택시 승강장에 도착했다.
화창한 날씨에, 한가한 한강변의 오후 휴식으로 몸과 마음이 이완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방심하면 써핑 슈트를 주문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음에 또 놀러 오라는 사장님의 말에 "예, 또 커피 마시러 놀러 갈께요.(가서 커피만 마시께요)" 라고 대답하며, 인사하고 말았다.
한강을 건너는 전철에서 보는 일몰 풍경 중에 강물이 다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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