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단상들

'별' 외전 I

夢乭 2025. 3. 23. 19:08


일하는 도중에 간간히 휴식을 하며 읽어 보기 위해 열어 놓은 게시판을 보다보면 간혹 재미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꾸며 참지 못할 웃음을 짓게 만드는 글이 간혹 있다.
누가 짧은 이야기를 올리고, 그 글에 여러명이 댓글과 대댓글을 달면서 서서히 하나의 이야기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었다.
이 글도 게시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별 외전을 본 후, 또 다른 형태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나의 고교 시절 국어 선생님의 수업 중 언급한 짧은 이야기로 반 학생들 모두가 웃음을 참지 못했었다.
대략적인 흐름은 기억대로 가지만 여기저기 글을 덧붙여 짧은 이야기로 만들어 봤다.

......
여드름과 땀내에 찌든 사춘기 시절에 교과서에 실린 알퐁소 도데의 단편소설 '별'이 있었다.
내용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양치기의 가슴 떨리는 꿈같은 하룻밤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의도와 동떨어진 내용들로 각색을 하여 전혀 다른 이야기, 즉 외전을 만들곤 했었다.
유명한 단편 소설이라 그 만큼 패러디한 글이 많을 법하지 않은가? 그럼, 이제 내가 들었던 어느 한 외전을 간략한 시놉시스 형태로 보자.

........
아가씨가 전날 갑작스런 비로 고립되어 산에서 내려오지 못한 것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비가 그치자 구조대를 조직하여 횃불을 들고 새벽에 산으로 출발했다.
산에 있는 양치기는 평소 행실이 좋지 못하고, 거짓말을 잘 하며, 포악한 성격이라, 마을 사람들이 경계하고 기피하고 있었다.
더구나 몇 차례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의 늑대 습격 경보에 속았던 적이 있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언제든지 충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어수선한 도중에 마을 사람들이 전날밤 비로 아가씨가 산에서 내려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가씨의 신변에 위험이 발생한 것을 감지한 것이었다.
특히 아가씨를 흠모하던 젊은이들은 서로 다투어 산을 올랐다.
불어난 개울은 어느 정도 줄어 깊이가 무릎팍 수준이라 건너는데 무리가 없었다.
이윽코 여명에 구조대가 산 중턱의 오두막에 다달았을 때, 홀연 뿌연 안개를 뚫고  '타~앙' 총소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오두막에서 난 총소리였다. 총소리는 메아리 치며 온 산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놀라 황급히 오두막에 뛰어 들자, 오두막 안은 피 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섞인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양치기는 어두운 바닥에 엎드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가슴에서 거품이 섞인 피가 끊어질듯 쿨럭이며 꺼져가는 양치기의 호흡에 맞춰 바닥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금 전의 총소리는 양치기를 쏜 총소리인 것이 확실했다.
누가?
양치기 발치쯤에 있는 식탁 뒤 구석에 누군가 장총을 들고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오두막 안이 어두웠지만 문앞에 선 사람들의 손에 든 횃불 몇 가닥 빛이 일렁이며 구석을 비추었다.
스테파네트였다.
작은 오두막의 구석이라 자세히 분간하긴 어려웠지만, 스테파네트의 옷이 헝클어져 있고, 머리는 거의 산발인 채 여기저기 풀떼기들이 엉켜있어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사냥총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며, 어깨 숨을 몰아쉬었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 쉰듯한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을 이어 나갔다.
"하아... 하아... 하....감히.. 네갓 놈이... 하아... 어딜... 감히... "
스테파네트의 파르르 떨리는 눈은 분노와 멸시로 가득차 있었다.

.........

일이 없어 심심하면, 생각도 미련스럽기 마련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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