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단상들

'별' 외전 II

夢乭 2025. 8. 11. 23:14


세상에는 다양하고 특이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라, 간혹 게시판에 참을 수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글이 올라 오기도 한다.

게시판에 올라 온 이야기의 시작은 매독의 기원이었다.
이야기의 도입부에는 매독의 기원으로 몽골의 양치기가 등장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라마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기원은 매에게 물려 독이 올라 병이 된 것이라는 우스개가 매의 사진과 같이 게시판에 올라 온 것이다.
동음이어를 억지로 만들어 웃기고자 한 글인 것이 뻔하였다.
이렇듯 여러명의 글과 댓글에는 각자의 짧은 지식이 나열되면서 서로 공유 할만 한 내용으로 정리가 되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곧 새로운 긴 혀가 등장하면서 모든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새로 등장한 글쓴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자료를 동원하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글을 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믿지 못하는 독자들은 직접 자료를 뒤져 보기도 하지만 결국 반박하기도 애매했다.
글쓴이의 말로는 매독의 유래가 양치기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라는 것이 외로운 양치기가 밤에 너무 생각이나서 양 울타리를 넘어 양떼 속의 김양을 찾았고 꽤 만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로운 밤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고, 그 김양 효과가 다른 양치기들에게 알려지면서, 차츰 인근 양치기들 사이에서 늘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조물주의 허락이 없는 관계는 환영받지 못하게 되기 마련이라, 그 결과로 새로운 병인 매독이 발생하여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양치기들 사이의 매독은 점차 사창가를 거쳐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 이야기의 요지였다.
또 그는 의학적 지식을 빌려 간단한 매독 상식을 설파하기도 한다.
매독은 한 번이라도 걸리면, 그 흔적은 안 없어지는 것으로, 매독 혈청 검사를 하면 평생 양성으로 나온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매독에 걸리면 내어 놓고 말은 못하고 은어로 ' 별'을 달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주장 내용 중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가 갑자기 나타나는데, 다름아닌 한 서정적인 단편 소설 '별'이다.
그 소설은 어느 한 청년이 매독으로 젊은 시절부터 고통을 격었던 경험으로, 매독의 위험성을 알리려고 그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별...
알퐁소 도데...
양치기와 스테파네트...

나는 교과서의 서정적인 내용에 흠뻑 젖어 가슴 여리는 짝사랑은 그럴 것이라고 믿고 여직 살아 왔었다.
하지만, 글쓴이가 던지는 의문에 혼란이 생기고, 답을 찾고자 그 의문을 유추하는 글쓴이의 글을 따라가면서 간단하게 적어 정리해 보았다.

먼저 양치기와 아름다운 아가씨의 의문점에 대한 분석을 보자.
그날 밤 왜 처자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을 찾아 나서지 않았을까?
홍수로 길이 끊겨서?
사실은 여자애는 일진으로 집에서 내놓은 아이로 집에서도 포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천방지축으로 산에 올라가 양치기와 밤을 보내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양치기는 왜 여자애를 마을로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홍수로 길이 막혀서?
비가 멈추었을 때는 밤이라 마을로 내려 가는 길이 위험해서?
양치기는 늑대로부터 양을 지키다가, 심심하면 거짓말로 동네 사람들을 놀리는 재미가 전부인 산 생활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작스런 비로 인해 길이 끊기고, 더구나 오밤중에 길 잃은 여자애를 옆에 두게 되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홍수로 마차가 다니는 큰 길은 끊겼어도 양치기들만 알고 있는 샛길은 멀쩡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자애를 마을로 데려다 주지도 않았고, 심지어 샛길을 아예 가려쳐 주지도 않았다.
양치기는 늘 김양만 보다가 동네에서 소문날 정도로 내놓은 여자애를 보자 흑화한 것이었다.
.
.
.
결국 스테파네트도 별을 달았다.
별똥 별이 무수히 떨어지는 밤에...
.
.
.

알퐁소 도데가 제목을 '별'로 정한 것도 이유가 있었고, 이후로 목동들 사이에는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아...
아직까지도 내 머리에 새겨져 있었던 청순한 스테파네트의 모습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내만 암것도 몰랐었던가...
.
.
.
글쓴이의 황당무계한 주장에 즉시 반박하거나 항의하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

수술이 일찍 마치고 한가하면 게시판 여기저기를 뒤적이다가 엉뚱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가 있다.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수준을 넘어 그럴듯하게 짜집기한 글의 구성과 내용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몰입을 하고, 결국  '좋아요'를 눌러 준다.
일과 중에 잠시 게시판의 잡다한 글을 읽으며 꿀잠같은 휴식을 즐기는 것이 좁은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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