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고 애쓰고, 환자 진료도 근거 의학에 맞게 하려고 하는 반듯한 의사가 많다고 하지만, 그런 의사들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또 겪었기에 그 기이한 현상을 고스란히 믿는 의사들도 꽤 있다.
며칠전에 유명한 점집 이야기와 무당 이야기가 잠시 게시판에 오르내리면서, 몇 가지 기이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라 다 소개할 수는 없는데, 그 중 하나를 간단하게 요약을 해서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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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글쓴이의) 처가에서 발견한 처의 할아버지(조부) 일기장 속 이야기이다.
조부가 일제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열심히 일해서 자수성가라기에는 모자라지만 주위에 인정받은 사업을 하고 있었던 시기였다.(이 정도 정보면 글쓴이의 나이는 짐작되겠다.)
하루는 지역 경찰이 의식불명의 노숙인을 거리에서 발견했는데, 소지품 등을 통해 조선인이라는 것을 추정했지만, 신원 파악이 되질 않아 도움을 요청하러 연락이 왔었다고 한다.
노숙인의 상태가 너무 나빠 여명이 얼마되지 않을 것같아, 조부가 개인적으로 노숙인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봐 주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은 눈을 뜨지 못하고 사망해서, 무연고로 가매장을 하고 연고자를 수소문 했지만 신원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며칠 후, 조부의 꿈에 노숙인이 나타났다. 정갈한 모습에 깨끗한 옷을 입고 있어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고 한다.
꿈에 나타난 노숙인은 "저는 경북 ☆☆에 살던 @@@인데, 돌봐주신 은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자기 소개를 하고, 큰절을 하고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꿈이 너무 생생하여, 기록을 한 후 조선으로 편지를 보내어(몇 통을 그 지방 관공서 몇 군데에 보내) 신원 확인을 시도했었다.
그 중에 한 곳에서 연고자라고 하는 사람의 연락이 왔다.
연고자와 함께 가매장한 노숙인을 확인한 바, 꿈 속의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고 연고자도 시신을 확인하고 지인이 맞는다고해서, 시신 인계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겪은 내용이 신기하지만 굳이 일삼아 주위에 알리지 않고 일기에 기록만 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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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자마자, 내게도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마취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대학 병원에서 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마취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중환자 관리도 의뢰받으면 해결하러 동분서주할 때였다.
어느날, 대학 동기면서 흉부외과인 친구가 중환자실로 나를 불렀다.
소위 협진을 의뢰한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흉부외과적 어떤) 수술 후 환자가 의식 회복이 되지 않아 향후 관리 차원에서 의논하려는 것이었다.
중년의 남자 환자였는데, 간헐적으로 경련과 무의식적인 몸부림은 있었지만, 회복의 기미가 없어서, 일단 주사기 펌프를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진정제를 투여해서 장시간 수면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래서 수면마취 기법을 사용해서 환자를 안정시켜 달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발호흡을 유지한 채 약물로 재워달라는 말이었다.
설명하기 복잡하나, 일단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장치를 설치하고,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하여 수면 상태를 유지함으로서 발작으로 인한 2차 손상을 막을 수 있었다.
이틀 뒤 친구가 불러 중환자실로 갔더니, 간단히 커피 한잔을 마시며 대화하는 도중에 그날 환자 보호자 면담 이야기를 친구가 하는 것이다.
"오늘 보호자가 '곧 임종할 것같다'는 말을 하더라. 이유를 물으니, 간 밤에 집안 사람 꿈에 환자가 정갈한 소복을 입고 나타나서 말없이 절을 하고 갔다는데, 이게... 그 집안 내력이라고 한다네. 믿기도 그렇고 안믿기도 그렇고... 집안 내력으로 그런 일이 종종 임종시에 있었다고... "
그 이야기를 들은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환자는 갑자기 숨을 멈추었다. 도중에 특별한 이상한 점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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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서 첫째 이야기를 읽자마자, 내가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기시감으로 다가왔다.
'꿈 속에... 정갈한 옷차림... 떠나가기 전에 절하기...'
시간과 장소가 다르고,아무 연관이 없는 두 이야기에 공통된 요소들이 있는 것이 우연일까?
혹시 이들이 먼 친인척 관계로 엮여 있는게 아닐까? 집안 내력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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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라도 밤에 들으면 서늘할 기이한 이야기... 또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