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단상들

상박신경총차단술 II

夢乭 2025. 10. 31. 00:34


42세 여자 환자, 오른손 4번째 손가락 골절로 수술방에 들어 왔다.

역시 예정된 마취는 상박신경총차단술이다.
마취 전에 차트를 보면서 혈액 검사 등 영상 자료 결과를 보고, 마취기록지에 환자의 신체 등급이나 수술명, 마취 방법 등등을 기록을 한다.

환자 이름이 ☆☆였다.

기록지를 다 적고 돌아서자, 마취 준비가 되었다고 간호사가 초음파 검사기를 내게 넘겨 주었다.

난 상박신경총차단술을 할 때, 초음파와 신경자극기를 사용해서 겨드랑이에서 신경을 찾고, 신경주위에 마취 약제를 주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직접 신경을 찌르면 신경염 발생할 확률이 있는데, 이럴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초음파 사용이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전공의 시절에는 초음파가 귀해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목의 해부학적 구조를 외워서, 왼손 손가락 끝 감각으로 목에서 표면 해부학적 구조를 더듬어 신경 위치를 유추하고, 오른 손에 쥔 나비 형태의 주사 바늘을 찌르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바늘이 신경을 직접 찌르는 경우가 있어, 마취가 풀린 후에 환자가 좀 불편해 할 수도 있다.

겨드랑이에서 실시하는 방법은 목에서 하는 것과 다르게 신경을 찾아야 하는데, 목에서 하는 것처럼 맹목적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는 신경이 있어서, 초음파를 사용하지 않으면 신경차단 실패률이 높다.

나름대로 효율이 좋은 목에서 하는 차단술이 있는데, 내가 굳이 겨드랑이에서 차단술을 하는 이유가 있다.
순전히 경험적이긴 하지만, 환자들이 목에 바늘을 찌르는 것을 너무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음파는 신경차단술 뿐만 아니라 수액 주입용 주사 바늘을 찌를 때, 피부 밑의 말초 혈관이 찾기가 어려우면 깊이 숨은 정맥으로 주사 바늘을 넣기 위해서도 사용한다.

이렇게 초음파는 진단적 목적 뿐만아니라, 환자 처치를 위해서 보조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나는 부위 마취와 외래 통증 환자들의 신경차단술에 사용한다.

의자를 당겨 앉아 환자 겨드랑이에 초음파를 가져다 대면서,
"환자분...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팔만 마취할 거예요. 전기 자극을 이용해서 신경을 찾는거니까, 좀 찌릿찌릿 할 겁니다."
말을 하고는 국소 마취제를 주입하기 위해 알콜솜으로 주사 부위 피부를 닦았다.

"많이 아파요?"
대부분의 환자들이 남여 구분없이 물어보는 말이다.

"환자분... 내 처제가 둘인데요.
큰 처제 이름이 ☆☆예요.
처제 생각하고 안아프게 살살 잘 해줄께요.
대신 수술 중에 몸을 움직이면 내가 큰 처제를 미워하게 될지도 몰라요. 착하게 가만히 있어야 해요."

"세상의 ☆☆들은 모두 착해요."
역시 젊으니까, 반응도 시원하게 나온다.

"희한하게 어제는 집사람 이름과 같은 환자가 있었는데, 같은 마취를 했었어요."
마취를 하면서 환자에게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안아프게 살살 잘해 줬겠네요."
환자가 듣고 안심하라고 옆에서 간호사가 맞장구를 쳤다.

"당연히 아프게 마취했지..."

여자들 이름 짓는 것이 어렵지 않고 선택 폭이 한정적인가 보다.
간혹 당일 수술 스케줄에 자매인 듯한 이름과 연령대인 환자들이 있기도 하다.
이들은 생판 서로 모르는 남들이다.

그래도 그렇지, 자매 이름이 연일 수술 스케줄에 오르기가 확률적으로 쉽나?
아니면 장인의 작명에 마가 끼였나?

어째 막내 처제 이름도 수술 스케줄에 조만간 올라 올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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