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단상들

260504염라에게 따지다.

夢乭 2026. 5. 5. 01:59

평소 월요일은 휴일 직후라 조금 바쁠 때가 있다.
내일이 5월 5일, 화요일..., 뭔가 바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환자들이 휴일 사이에 끼인 날이라 한꺼번에 몰려 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오전 첫 수술을 위해 환자를 수술방으로 부르는 것과 동시에 통증과 환자가 접수가 되었다.
이런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수술 환자를 먼저 마취를 한 후 상황이 안정이 되면 통증 외래 환자를 진료한다.

하지만 어떤 환자들은 오전 일찍이 와서 진료를 빨리 봐 달라고 재촉하는 사람이 있다.
유난히 오늘은 그런 환자가 많았다고 생각된다.

꼭 그렇게 많지 않아도 환자가 줄을 이어 진료 접수를 하면, 마취 중간중간에 통증 진료를 해야 하므로, 수술방은 거의 도떼기가 다름 아니게 된다.

오전 첫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수술 환자를 전신마취가 아닌 부위마취인 상박신경총차단술로 마취를 하고, 외래 통증 환자를 수술실 내에 있는 진료 공간으로 불렀다.

외래환자 통증 진료 후 신경차단술을 시작하는 도중에 수술 환자가 통증을 호소한다는 수술방 연락이 왔다.
구두로 처치를 불러주고, 약물투여를 지시했다.
외래환자 처치 중이라 이동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소한 일이 그날 하루 일진이 사나워질 징조라는 것을 알 수있는 방법을 누가... 산신령이던, 무당이던, 무엇이던 가려쳐 주면 좋겠다.
무시무시한 액을 회피할 수 있게....

계속 수술 중인 팔이 아프다고 끙끙거리는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느라..., 통증 환자 신경 치료하느라... 진을 빼느라 바쁜 와중에 수술 환자는 어느듯 잠을 자고 있었다.

아팠던 것이 아니라, 예민한 성격이라 불안한 마음에 뭔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아프다'고 소릴 질렀던 것이었다.
진정제를 투여하자 잠이 들면서 조용해 졌다.

나쁜 일은 몰려 온다던가...
계속 통증 환자가 접수되어 수술방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전 내내 마취 환자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외래 통증 환자들 신경차단으로 쉴 틈이 없었다.

외래 환자를 수술방으로 불러서 진료하기 때문에 외래 환자가 많으면 수술방이 복잡해진다.

그래도, 그럭저럭 오전 일은 끝나고 한 숨을 돌렸는데....

크다란 검은 아가리가 곧 나를 삼킬 줄은 모른 채 식후 커피를 즐겼다.

지옥은
항상 주변에....
바로 옆에....
바로 지금....
예고없이....
덮친다....

오후 첫 번째 수술 환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신마취를 위한 자세를 취할 수가 없어 기도삽관이 실패한 것이다.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떨어지고...
입안에는 여러번 삽관 시도로 인한 손상으로 피가 고여 마스크 환기를 하기에도 부적절했다.

주치의와 상의하여, 전신 마취를 취소하고 국소마취로 전환해서 수술 하기로 했다.

전신마취에서 각성한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국소마취로 수술을 했다.
환자는 이해했고, 큰 부위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곱게 끝낼 생각이 없는 '암흑 염라'였다.

다음 수술 환자가 92세 여자 환자로 고관절 골절 수술 예정이었다.


수술전 검사들 중 심장의 확장기 기능저하가 심초음파 검사에 나타났으며, 심전도도 비정상적이었으나, 그정도는 일부 고령에서는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 일단 하지마취를 하고, 수면을 유지했다.

상당한 시간 동안 안정적이던 혈압이 흔들리다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나는 외래 통증 환자를 진료 중이었다.

즉각 연락을 받고 가서 재확인한 환자의 혈압은 수축기가 90 mmHg 이하로 급락하고 있었다.
수술전 수축기 혈압이 140mmHg은 넘어었는데....

급속 수액 투여를 시도하면서 혈압을 올리기 위해 주변에 있는 간호원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했다.
... 에페드린 정주 ... ??? .... 도파민 준비하고 ....???... 아니아니 .... 페닐에프린 준비 ... ???? .... 에피네프린 가져와!!! ... 빨리!!!! .... 다시 ... 도파민 ... 펌프(지속주입 장치)로 투여 시작하고 .... ???? .... 에피네프린 50 마이크로그램 정주 ....  탄산수소나트륨 ... 칼슘글루코즈 ... 에피네프린 50 정주... ???? ...야 .. 야 ... 수액 ... 펌퍼로 짜서 최대로 빨리 투여해라 ... 페닐에프린과 도파민을 같이 투여하고 ... 수액을 더 준비 ... 병동에 연락해서 준비된 혈액있으면 ... 수술방으로 가져오라고 하고 .... 소변은 얼마나 나왔지? ...
"거의 나온 것이 없어요..."
...??? ... 일단 수면 중지하고 ... 환자를 자극해서 각성시켜 ...

몰려 오는 외래 환자를 보느라 수술 환자 관찰하랴 바쁜 틈에 순식간에 일어난 혈압 저하로 수술방이 난장판이 된 것이다.

수술방에서 쓸 수 있는 응급약은 다 끄집어 냈다.

만약 이후 혈압이 정상으로 올라도 수술후 혈압 관리를 지속적으로 일반 병동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불안했다.
중환자실이 없고 인력도 없다.
그리고 내일은 5월 5일...
휴일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 상황을 병동 인력이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응급 연락을 받고 수술방으로 지원 온 내과 선생의 처방으로 혈압은 어느 정도 올랐으나(역시 내과...) 여전히 승압제를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상태였다.

결론적으로는, 내과 선생과 의논한 후, 주치의에게 종합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했다.

가까운 대학병원은 중환자실 사정으로 이송이 거부되었다.

짧지만 백년같은 시간이 흐른 후 병원 직원의 수소문 노력 끝에 멀지 않은 중소종합병원이 연결되었다.

그 난리통에 이송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수술은 진행되었고 결국 마무리가 되었다.
이송을 하더라도 수술 부위를 열어 놓고 갈 수가 없는 것이고..., 수술을 한 사람이 수술 과정을 잘 알기에 마무리를 하고 이송을 해야 했다.
이송받은 병원에서 수술 마무리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중환자실에서 심폐소생술 중에 수술을 한 것과 같은 것이었다.

결국, 환자는 각성되었으나 낮은 혈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송되었다.

나도 그 난리통에 중간중간 외래 통증 환자를 진료하고... 신경차단술을 하고... 그러고 있었다.(나도 미쳤다...)

............
의료 행위가 지옥문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심장 나쁜 고령 환자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냥 당연한거고...
결과가 나쁘면 환자가 아닌 의사가 염라 앞으로 끌려간다....

민.형사 소송에... 시위에... 배상에... 파산.... 면허정지...취소...

요즘은 수술 뿐 아니라 모든 의료 행위에서 소송이 쓰나미로 몰려 오고 있다.

...........
26주 미숙아는 생리적으로는 폐기능 부전으로 출생직후 생존이 불가하나, 현대 의료 개입으로 생존율을 높였다.
하지만 일어날 수있는 여러가지 합병증은 100%로 피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합병증들은 오로지 그 미숙한 생명을 구한 의사의 과오로 몰아가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대부분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신생아 전문 소아과 의사가 없어졌다.
그 여파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미숙아 분만을 받아 주지 않게 되었다.

뒷감당할 신생아 전문 소아과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미숙아 분만 뺑뺑이가 이래서 당연한 것을 정부도 구캐이원도 알고 있다.
그래도 언론들을 이용해서 의사들에게 덮어 씌울 뿐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신생아 안전 출산에 대한 예산은 의료에 사용되지 않고 정치적으로 쓰인다.
출산 장려금만 착착 뿌리면, 고령의 고위험군 산모도 척척 건강한 애를 자~알 낳는다고 우기는 것이다.

그래서 표도 촥촥 늘어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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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이 병원 수술방에 들어 왔었다.
"왜???.. 가라 가... C발아... 왜 왔니???"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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